[오늘의 빛: 오늘의 색] 유서깊은 빨강, 크림슨

2019. 9. 10. 12:45오늘의빛/오늘의색

Color of today:

Crimson

디자인빛의 작은 프로젝트 오늘의색
하루에 한 빛깔,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색이름을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색은 '크림슨CRIMSON'입니다.
크림슨은 '진홍색'으로 번역되곤 하는데요, 일반적인 빨강보다 어둡고 자주색에 가까운 푸른 기를 띄고 있어 굉장히 강한 느낌을 주는 색입니다. 실제로 어두운 빨강색의 색이름으로 '크림슨'을 사용할 때는 이런 강렬한 이미지를 이용하고자 할 때가 많아요.

예전에 다홍색을 설명드리면서 동서양의 빨간색 재료 차이를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동양의 붉은 색이 잇꽃이라는 식물성 염료로 만들어졌다면 서양의 붉은 색인 크림슨은 동물성 염료로 만듭니다.

크림슨은 원래 케르메스(깍지벌레)라는 벌레에서 얻는 붉은 색을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케르메스는 곧 코치닐(연지벌레)에 밀려 사라지게 되는데요, 두 벌레 모두 붉은색을 만들 수 있는 재료였지만 코치닐이 내는 붉은 색을 케르메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약 10~12배 더 많은 케르메스를 사용해야만 했기 때문에 단가가 안맞았던 것이죠..! '크림슨'의 어원 역시 케르메스라는 벌레, 그리고 '벌레로 만들었다'라는 뜻의 고대 언어에서 유래합니다. 여기서 파생된 색으로는 '카민'도 있는데, 나중에 한번 더 소개해드릴게요.

깍지벌레를 대체한 연지벌레는 현재 식용색소로도 사용됩니다. 아주 예전에 '딸기우유의 빨간색은 벌레로 만든 것'이라는 말이 돌아서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사실은 벌레 자체가 들어가 있다기보다는 그 벌레 안의 색소만 추출하는 것이라서 벌레가 들어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원 재료를 알고 나면 기분이 싱숭생숭해지기는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의 몸에 해롭지 않은 색소여서 화장품에도 종종 쓰입니다!

여하간 크림슨은 '벌레로 만든 색'이라는 뜻에서 이제는 강렬한 빨강색 전반을 이르는 단어로 의미가 다소 변화했습니다. 사실 오늘의 색을 쓸 때는 이미지를 넣곤 하는데, 연지벌레와 깍지벌레는...진짜 그냥 벌레라서 사진을 넣지 않았어요..^^..

크림슨은 우리말로 번역 가능한 색이기는 하지만, 그 어원의 뜻과 더불어서 크림슨이 갖는 '엄청 쏀 이미지'까지 반영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외래어 그대로 사용해야 의미가 통하는 색 이름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모기라던가 바퀴벌레 같은 해충들이 색소의 재료로 쓰였다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며 오늘의 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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