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빛: 오늘의 색] 엄버를 태우면 번트엄버

2019. 9. 11. 14:01오늘의빛/오늘의색

Color of today:

Burnt Umber

디자인빛의 작은 프로젝트 오늘의색 
하루에 한 빛깔,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색이름을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색은 '번트 엄버BURNT UMBER'입니다.
엄버는 갈색 계통 색을 이르는 말인데요, 오늘 엄버가 아닌 번트 엄버를 소개해드리는 이유는...번트 엄버는 말 그대로 엄버를 태운(!) 색이라서 엄버와 번트 엄버 둘다 소개해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버는 크림슨처럼 서양에서 물감 또는 안료의 주성분이 된 재료의 이름이 그대로 색 이름으로 계승된 케이스이고, 반다이크 브라운처럼 땅에서 얻은 색이기도 해요. 반다이크 브라운이나 번트 엄버처럼 흙-광석으로 안료를 만드는 경우 '지구의 색'이라는 낭만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엄버는 특정한 갈색을 말한다기보다는 중간 톤의 갈색부터 어두운 갈색까지 다양한 흙색들을 통틀어 이릅니다. 그 색상들은 흙 안에 들어있는 산화철과 망간의 함유량에 따라 달라요. 하지만 색으로서 확실한 것은 황토색과 시에나 색상보다는 어둡다는 것입니다. 또 번트 엄버 물감은 제조사에 따라서 조금씩 색상이 다르답니다. 결국 이 갈색은 철과 망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요즘은 흙을 사용하지 않고 두 성분을 합성해서 엄버를 만들어요. 천연 엄버(!)가 들어가 있는 경우에는 패키지에 'PBr7(Pigment brown 7)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니, 실제 지구에서 채취한 색을 사용하고 싶다면 이 표기를 확인하세요!

엄버는 역사가 너무너무 긴 색이에요. 인간의 첫번째 물감이라고도 하지요. 이 색은 흙에서 온 색이기 때문에 인류가 가장 먼저 발견한 물감이었을 거에요. 실제로 신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에는 흙으로 그린 다양한 톤의 엄버들이 발견됩니다.

오늘의 색인 번트 엄버는, 말 그대로 엄버(흙)을 가열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번트 엄버는 오리지널 엄버에 비해서 약간 더 어두워지고 붉은끼를 많이 띄는데요. 이것은 엄버 안에 있던 철이 가열로 인해 적철광으로 변성한 결과에요! '번트 엄버'라는 색 이름이 처음 적힌 기록이 1650년이라고 하니 원래 있던 재료를 가열하는 안료 제작 방식도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색 이름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 인간은 모든 색을 자연으로부터 얻었고, 색을 부르는 법도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이 화학적으로 만들어낸 네온이나 형광색상 조차도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경우가 많구요. 특히 갈색 안료는 흙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이 너무 좋네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물감은 갈색이었던 거죠!


디자인빛의 작은 프로젝트
오늘의빛은 매일매일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