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빛: 오늘의 색] 아사기이로, 연두색?

Color of today:

아사기이로

디자인빛의 작은 프로젝트 오늘의색은
하루에 한 빛깔,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색이름을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색은 '아사기이로浅葱色'입니다.
아사기이로는 곧잘 연두색으로 번역되곤 하는데요, 연두색이라는 뜻도 있지만 보통 엷은 남색 또는 청록색을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이런 푸른색은 쪽을 사용해 염색하는데요, 쪽을 나타내는 한자가 藍(람)이므로 이 한자가 들어간 전통색은 기본적으로 파랑을 바탕으로 한 색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아사기'라는 발음이 '연노랑'을 뜻하는 '浅黄'의 발음과 같아서, 일본 고서에서도 이 둘을 헷갈려 적은 경우가 있다고 해요ㅋㅋㅋ

일본에서 이 색이 서민들 사이에 널리 퍼진 건 에도시대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색이 당시 하급 사무라이들을 놀리던 말로 사용되었다는 것인데요. 에도에 있는 영주의 저택에서 호위나 건물 지킴이 등 수입이 많지 않은 일을 하는 낮은 계급의 사무라이들은 이 아사기이로의 무명천을 옷의 안감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해요. 그래서 하급 무사를 '아사기우라'라고 부르며 놀렸다고 합니다. 아사기우라는 아사기(연두색)+우라(뒤)가 합쳐진 말로 옷 뒤가 아사기색이라는 뜻인 거죠. 당시 큰 유곽이었던 요시하라에서는 멋이 없고 서투른 사람들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대요.

아사기이로는 막부 말기에 활동한 무사집단 신선조의 겉옷 색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는데요. 지금도 아사기이로는 손수건이나 오비 등 전통 소품에 많이 사용되고, 전통색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색이라고 하네요. 신선조는 여러 미디어에서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 색상을 보면 자동으로 신선조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은가봐요.

요 며칠은 천연염료로 만드는 안전한(?) 색을 많이 소개해드렸는데요. 내일은 너무나 위험한 색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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