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1. 14:16ㆍ오늘의빛/오늘의색
Color of today:
Prussian Blue
디자인빛의 작은 프로젝트 오늘의색은
하루에 한 빛깔,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색이름을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색은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입니다.
프러시안 블루는 우리의 색채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색이에요. 바로 최초로 만들어진 현대적 합성 안료이기 때문입니다! 반다이크 브라운, 번트 엄버, 크림슨 등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색들은 모두 자연에서 재료를 얻었던 색들이에요. 그러나 합성 안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의 재료를 쓰지 않고 화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색들이 지금의 안료들이에요.
우리 조상들이 이것저것 모두 주워먹어보면서 먹을 수 있는 식물과 아닌 식물을 가려낸 것처럼, 색의 역사도 비슷한 것 같아요. 뭔가 색이 들어가 있기만 하면 죄다 갈아서 사용하곤 했습니다. 이런 실험정신은 동양에서도 비슷해서, 지금도 한국화 물감은 자연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 안료를 최고급으로 쳐요.
그렇다면 프러시안 블루 같은 파란색은 어떤 재료에서 얻었을까요?
바로 청금석(라피스 라줄리)입니다. 청금석은 대리석의 한 종류로 이 돌을 곱게 갈아 나무 수액을 섞어 만든 물감이 군청색, 즉 울트라 마린이었어요. 당시에는 라피스 라줄리를 채굴할 수 있는 곳이 너무나 적은었기 때문에 이 안료는 금보다 비쌌다고 합니다.
막상 프러시안 블루는 실수로 만들어진 색이었어요. 베를린에 살던 디스바흐라는 염료업자가 붉은 색 안료를 만드려고 요한 콘라드 디펠이라는 화학자에게 잿물을 샀습니다. 그런데 그 잿물을 사용해서 붉은색을 만들려고 했더니 잿물의 질이 좋지 않아서(=사기를 당해서) 원하던 색도 나오지 않았고 나중에는 파란색이 나와버린 거에요! 디스바흐는 디펠에게 클레임을 걸었는데 이 때 파란색의 가치를 눈치챈 디펠은 잿물값을 환불해 준 후 자신이 파란색 안료를 제조해 팔기 시작합니다...^^
아사아케나 다홍색처럼 만들기 어렵고 힘든 색은 필연적으로 고위층만 이용할 수 있는 귀한 색이 되므로, 색의 이미지에 '고귀함', '고급스러움' 등의 이미지가 씌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준보석으로 만들어 금보다 비싼 기존의 파란색보다 저렴한 가격에, 색은 거의 차이가 없는 안료가 등장했으니 불티나게 팔린 건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그리고 프러시안 블루를 통해, 실제 자연 재료를 쓰지 않고 화학적 방법으로 색을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면서 자연 안료를 화학 안료가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크롬 옐로우처럼 먹거나 닿으면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물감들도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개량을 거듭해 대부분의 색이 비교적 안전해진 편이에요!
그래서 프러시안 블루는 처음 만들어진 지역명을 따라 '베를린 블루'라고 불렸습니다. 이 색이 프러시안 블루가 된 건 프러시아 군대의 군복에 사용되었기 때문이에요.
파란색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꼽고, 싫어하는 사람은 1~2%밖에 되지 않는 멋진 색입니다. 이제는 간단한 화학식만으로도 파란색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왔는데도 우리는 파란색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파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는 왜 매일 보는데도 하늘이 파란색이면 좋아할까요? 이런 질문을 문득 떠올리게 되는 초여름의 어느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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