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빛: 오늘의 색] 백만개의 보라색, 라벤더 포그

2019. 9. 5. 10:27오늘의빛/오늘의색


Color of today:

Lavender Fog

디자인빛의 작은 프로젝트 오늘의색
하루에 한 빛깔,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색이름을 소개합니다.

디자인빛이 소개해 드릴 오늘의색은 '라벤더 포그Lavender Fog/pantone 13-3820'입니다.
이 색이 딱히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 색에서 배울만한 점이 있는듯 해서! 오늘의 색으로 골라보았어요.

먼저 '라벤더 포그'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라벤더가 붙었으니까 보라색 계통일 것이고, 포그, 즉 안개가 붙었으니까 쨍하거나 맑기보다는 잔잔하고 차분한 색일 거라는 인상을 줍니다. 오늘의 색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라벤더 포그는 이름 그대로의 보라색이지요.

하지만 라벤더 색의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팬톤 컬러 시스템 안에서만 해도 다음과 같은 라벤더들이 있답니다.

라벤더 라벤더허브 스위트라벤더

라벤더크리스탈 파스텔라벤더 라벤더바이올렛

음..많군요.
다음은 유명한 페인트 회사인 벤자민 무어가 갖추고 있는 라벤더를 한번 보겠습니다.

라벤더미스트 라벤더립스틱 라벤더아이스

 

릴리라벤더 아이스드라벤더 라벤더워시

하하 저도 모으면서 몇개나 될까 했는데 참 많네요!
심지어 팬톤과 벤자민무어의 라벤더들은 겹치는 이름도 없네요!

라벤더 포그와 라벤더 미스트는 뭐가 다를까요? 어째서 이 많은 라벤더가 필요한 것일까요?

첫번째 이유는, 트렌드와 마케팅 때문입니다. 매년 컬러 레포트에는 각 색채군별 색상이 모두 들어갑니다. 빨간색부터 보라색, 무채색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계통의 색은 거의 하나씩 들어간다고 보시면 돼요. 시즌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지만, 제외되는 색상군은 없답니다. 그러나 같은 보라를 넣더라도 '어떤 보라'를 넣느냐는
트렌트에 큰 영향
을 끼치게 됩니다. 라벤더는 식물의 이름으로서 최근 몇년간 불고 있는 에코 열풍에 부합하는 관용색명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누구나 보라색으로 인식하는 라벤더에 '무엇'을 붙이느냐에 따라, 그 해 트렌드에 맞는 라벤더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죠.

'포그'는 굉장히 도회적인 이미지의 접미어지요. 예컨대 '런던 포그'는, 미세먼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리로서는 스모그가 생각날 뿐이지만....안개가 자욱하게 낀 런던의 이미지는 차분하고 도회적인 멜랑콜리를 풍겨요.
런던 포그라는 의류 브랜드도 있어요 이렇게 포그라는 단어는 채도가 낮은 보라색에 어울리는 이름이 되는 거죠. 그러나 2015년에 들어 자연주의가 부상하게 되자, 라벤더는 '라벤더 허브'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이 색은 좀 더 생기가 돌고, 허브라는 이름 때문에 마치 어디 풀밭에서 본 것 같은 색이 되죠.

두번째 이유도 사실 마케팅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완전히 같은 색상이라 할지라도 각각
'빨강색'이라는 이름과 '플레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면 소비자는 '플레임'이라고 이름붙은 색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참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컬러 마케팅을 할 때 똑같은 보라색이라 할지라도 '연보라'가 아닌 '라벤더 포그'를 써야 하는 이유인 거죠. 이렇게 색 이름을 파나가다 보면 그 해의 트렌드와, 그 해를 지배하는 정서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라벤더 포그가 유행하는 해와 라벤더 허브가 유행하는 해는 분명히 다르거든요!

모두 아시는 것처럼 올해의 색은 그리너리입니다. 초록초록하고 자연이 물씬 느껴지는 네이밍이죠.
제품 라인에 색상 이름을 붙이셔야 한다면, 올해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을 지으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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