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5. 10:32ㆍ오늘의빛/오늘의색
Color of today:
Peach Puff
디자인빛의 작은 프로젝트 오늘의색은
하루에 한 빛깔,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색이름을 소개합니다.
디자인빛이 소개해 드릴 오늘의색은 '피치 퍼프Peach Puff'입니다.
드디어 이 이야기를 할 시간이 왔군요...색을 둘러싼 어둠의 다크한 다툼에 대해서요...
여러분은 혹시 윈도우즈 운영체제의 기본 색상표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HTML 색상표는 보신 적이 있으실 거에요. 태그에서는 글자나 표 등에 색을 넣을 때 16진수인 #ff000을 쓰지 않고 'red'라고만 써도 빨간색이 되지요? 윈도우즈 운영체제, 즉 X11에도 이와 같은 기능을 하는 색이름 리스트가 있습니다.
요 목록 중에는 '보라'같은 정직한 이름들이 대부분이지만 '레몬 시폰', '앨리스 블루'같은 서정적인 이름들도 많이 들어가 있어요. 왜 코드 작성이라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영역에 이처럼 애매한(?)이름들이 들어가 있는 걸까요? 그런데 한 색상당 여러개의 이름이 있는 경우도 있고, 색상 이름을 입력했을 때 호출되는 색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대요. 저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이제와서 이 이름들을 수정하려고 해도 그래픽 디자이너와 많은 사람들이 색 이름에 너무 익숙해져서.....안된다네요.....!
여하간 독특한 색상 이름에는 낭만적인 프로그래머들의 반란이 있었답니다.
1984년, MIT에서 윈도우즈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개발, 발표할 때 GUI색상의 리스트를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1980년대 말 발표된 색 이름 중에는 “papaya whip(파파야휩)”, “lemon chiffon(레몬 쉬폰)”, “blanched almond(연한 아몬드)”, 오늘의 주인공인 “peach puff(피치 퍼프”같은 이름이 포함되었어요. 이 이름들은 폴 라벨링이라는 사람이 무려 싱클레어 페인트 샘플을 보고ㅋㅋㅋ마음에 드는 이름을 골라넣은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존 C.토마스라는 사람은 크레파스 이름을 보고 아쿠아마린과 오키드, 살몬 등등의 이름을 또 채워넣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모니터마다 조금씩 색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그 때는 그 편차가 더 컸던 모양입니다. 윈도우즈의 표준 색상 이름을 쳤을 때, 웹에서는 다른 색으로 보이는 일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죠. 하지만 같은 pink라고 할지라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핑크색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색을 객관적인 이름으로 결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 거죠. 그래서 최근까지도 이 색 목록에는 별의별 색 이름이 추가되고 있답니다.
물론 피치 퍼프는 너무나 귀여운 이름이에요. 폭신폭신한 복숭아 빛이죠. 하지만 웹 표준을 위해 #FFDAB9라고 써야 한다는 측과, 16진수값인 #FFDAB9 같은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은 바로 어떤 색인지 알기 어렵다고 하는 측의 입장이 대립합니다. 또 색 이름에 대한 정치적인 문제들도 있는데, 이건 추후에 또 다뤄보죠!
이건 표준과 인식의 문제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을 인정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라고 보이기도 해요. 어찌 보면 유머를 허용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 같기도 하구요.
저는 색 이름 목록이 막상 프로그래밍을 할 땐 잘 쓰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유머러스한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색은 수치로는 다 말할 수 없는 감성과 감각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으니까요. 이건 너무나 디자이너의 입장일까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피치 퍼프와 #FFDAB9 중 어떤 게 더 좋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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