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빛: 오늘의 색] 인도의 빨강? 인디언의 빨강? 인디언 레드

2019. 9. 9. 10:35오늘의빛/오늘의색

Color of today:

Indian red

디자인빛의 작은 프로젝트 오늘의색
하루에 한 빛깔,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색이름을 소개합니다.


디자인빛이 오늘 소개해드릴 색은 인디언 레드INDIAN RED입니다.
인디언 레드는 채도가 낮은 붉은색인데요, 립스틱 색상으로도 꾸준히 인기가 있고, 에스닉한 느낌의 의류, 신발류의 색상명으로도 인기있는 색이름이에요.

어제 아프리콧을 소개해드리면서 크레파스의 '살색'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인디언레드를 두고도 비슷한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답니다. 인디언 레드는 원래 인도에서 널리 사용하는 붉은 색을 가리키는 말로
인도의 붉은 라테라이트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산화철계 안료에서 유래된 색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황토로 염색을 하고 그 색을 황토색으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지요. 또한 인디언 레드라는 색이름의 최초 기록은 1792년에 등장했습니다.

출처 : sensationalcolor

인디언 레드라고 하면 이런 에스닉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되는데요. 인도에서 붉은색은 널리 사용되는 색이자 결혼식 또는 의식처럼 특별한 날에 사용하는 색이기도 해요. '인디언' 역시 인도사람을 부르는 말이구요.

하지만 '인디언'이라는 명칭은 여러가지 정치적 문제가 얽힌 이름입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이 도착했을 때 그는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라고 착각했고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인디오(인도사람)'라고 부르면서 인디언이라는 이름이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사람들을 부르는 명칭이 되어 버렸던 것이었죠.

그리고 이 미국 원주민에 대한 유럽인들의 탄압과 차별의 역사는 유구한데다 지금도 미국 원주민들의 삶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서 크레욜라에 '인디언 레드'라는 크레용이 포함되었을때, 사람들은 크레욜라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인디언 레드를 원래 의미인 '인도의 빨강'이 아니라 '인디언(원주민의)의 빨강' 또는 '원주민의 검붉은 피부색'으로 이해하곤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크레욜라는 이후에 인디언 레드를 밤색으로 변경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색을 살구색으로 변경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요.

다만 X11 표준 컬러 리스트에도 인디언 레드라는 색상이 있습니다. 피치 퍼프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페인트나 크레욜라에서 색들을 골라왔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크레욜라가 인디언 레드를 밤색으로 변경한 후에도 색상표에는 계속 인디언 레드가 남아있습니다. 때문에 색을 '색이름'으로 표기하는 것을 반대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인디언에 대한 차별의 역사가 없었다면 인디언 레드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사람의 이름이나 국적에서 유래된 색의 경우, 서양 사람들은 온전히 그 '사람의 이름'을 색에 붙여요. 하지만 유색인종 쪽에서 유래된 경우 그 '인종명' 혹은 '국가명'을 붙이는 경우가 많답니다. 반다이크 브라운과 인디언 레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영어로 된 색이름이 다분히 서양중심적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어요!ㅠ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닷. 내일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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